지원회화 - 린×라스


C

린 : 라스!

라스 : ...린인가.

린 : 고마워, 라스.
또 당신에게
도움받게 됐네.

라스 : ...같은 초원의 백성 아닌가.
감사는 됐다.

린 : 저기, 나...
계속 라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
있었는데...

라스 : 뭐지?

린 : 쿠툴라족의 남자는
모두 당신처럼 과묵해?
우리 아빠도, 로르카족의 남자들도
모두 수다스러운 편은 아니었지만,
그래도 라스 정도는 아니었거든.

라스 : ......

린 : 그리고 왜 항상
무표정으로 있는 거야?
...혹시 내가
억지로 휘말리게 해서...
......화났어?
그렇다면...

라스 : ...화난 게 아니다.

린 : 그럼 왜 말이 없는 거야?

라스 : ...그럴 필요가 없어서다.

린 : ......그래.


B

린 : ......

라스 : ...린, 왜 그러지?

린 : 어? 나...

라스 : 전장에서 사색에
빠져 있지 마라...
......죽을 거다.

린 : 아, 응.
미안해.

라스 : ......

린 : ...할아버님을
생각하고 있었어.
키아란을 떠날 때는
의식이 돌아오지 않으셨으니까...
겨우 건강해지시나 싶었는데...
어째서... 이런 일들만....
......잃고 싶지 않아.
이제... 외톨이는 싫어.

라스 : ......

린 : 나도 참, 왜 이럴까.
어두운 생각만 하고 있네...
있지 라스, 당신 얘기를
듣고 싶어.
쿠툴라는 커다란 부족이라며.
족장인 【잿빛 늑대】가 지키는 덕분에
적이 없다는 게 정말이야?

라스 : ...모른다.

린 : 뭐?

라스 : 나는 철이 들기도 전에
쿠툴라를 떠났다.
혼자서 여행을 계속해 왔지...
벌써 15년이나 됐군.

린 : 어째서, 부족을 떠난 거야...?

라스 : ......


A

린 : 라스... 지난번에 했던 얘기,
이어서 들려줄 수 있을까?
당신이 왜
부족을 떠난 건지 듣고 싶어...

라스 : ...부족의 주술사가
별들로부터 흉조를 보았기 때문이다.
나는... 족장의 아들로서
재앙을 막기 위해 부족을 떠났지.

린 : 재앙이라니...?

라스 : 모르겠다.
...하지만 때가 되면
알 거라고 주술사가 그러더군.
모든 것을 불태우는
어둡고 붉은 것...
나는 그 재앙을 막기 위해서
이 대지에 태어났다고 말이다.

린 : ......

라스 : ...당시 네 살도 안 된 나는,
살아가는 법조차도 제대로 몰랐다.
오른쪽 왼쪽도 모르고
혼자서 이곳저곳을 헤매다,
...밖의 백성들로부터
조롱과 모멸을 받기도 했었지.

린 : ......

라스 : 지금은 더 이상 고독을
느끼진 않지만...
가끔씩
그때가 떠오르는군.
그때만큼 자신이 혼자라고
느낀 적은 없었다...

린 : 그랬구나...
라스도... 혼자서 산 거였어.
...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
어딘가 나와 닮은 것 같았거든...
그건... 분명 같은 고독을
아는 사람이어서... 그런 걸 거야.

라스 : ......


린 : ......

라스 : 린...

린 : 왜?

라스 : ...안 가도
되는 건가?
전투는 아직...
끝나지 않았다.

린 : 그렇지...
하지만, 나...
아직 당신과 떨어지고 싶지 않아.

라스 : ......

린 : 당신과 있으면...
안심이 돼.
당신의 바람을...
느낄 수 있으니까.

라스 : 린...

린 : 라스... 부탁이야.
조금만 더
이대로 있게 해 줘...

라스 : ...알았다.
네가 그러길 바란다면.